서양 사람들, 미묘하게 동양스러운 거 좋아합니다. 그 대부분이 중국 - 일본 식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캐주얼 게임 쪽에도 동양 테마로 한게 종종 나오는데, 이거 참 미묘하게도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워드 게임 같은게 나와버렸습니다.
플레이 방식은 [북웜(Bookworm)] 류죠. 붙어있는 알파벳을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이어, 단어 만들면 없어지며 점수가 올라가고 위에서 채워주려 떨어집니다. 느긋해보이는 그래픽과 늘어지는 음악 속에서 단어 만드는 거, 꽤 할만 하네요. 만들수록 왼쪽 징검다리가 생겨가고, 그게 끝까지 도달하면 스테이지 클리어. 반대로 시간은 오른쪽에서 타들어가는 도화선인데, 요게 다 끝나면 스테이지 실패. 그럭저럭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특이 사항은 폭탄이에요. 폭탄 근처의 블록들을 없애다보면 쟤가 터져서 많이 날려주는데, 3번 없애야 터진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정적이고 늘어지는 게임을 뭔가 활기차게 해주는 느낌도 들고, 미묘하게 넓어서 어디서 단어를 없앨지 고민되는 스테이지 디자인 속에서 중점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을 주기도 하네요. 폭탄 자체는 여러 게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여러차례 건드려줘야 터진다는 점이 꽤 재밌는 거 같습니다.
단점이라면... 만들고 있는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 없는지 미리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등록(Submit)을 해봐야만 알 수 있어서, 게임의 속도감을 많이 떨어뜨리는 느낌입니다. 요즘은 사전에 있으면 파란 색 - 없으면 붉은 색 식으로 미리 보여주며 플레이어의 헛손질을 줄여주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그 부분의 편의를 신경쓰지 않았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게임이 매우 느긋하니 이 요소도 그 연장선상일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지는...
참 애매하게도, 만리장성에서 영어 단어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고, 3번 건드려줘야 터지는 '폭탄'의 존재가 꽤 돋보이지만, 단어가 사용 가능한지 아닌지 여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네요. 어쨌건 매우 훌륭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할만한 워드 게임입니다.